지난 7월 19일 출시된 ‘루이비통x나이키 에어포스1 by 버질 아블로 화이트 코멧 레드’. 한정 수량으로 정가 351만원에 출시된 지 닷새 만에 리셀(재판매) 플랫폼에서 14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는 65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루이비통코리아

나이키가 지난 7월 19일 루이비통과 함께 출시한 에어포스1 시리즈의 한 제품은 국내 리셀(Resell·재판매) 플랫폼 ‘크림’에서 닷새 뒤 정가(351만원)의 4배 수준인 1400만원에 거래됐다. 2014년 출시된 ‘에어 이지2 레드 옥토버(발매가 28만9000원)’는 작년 11월 1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나이키 한정판의 리셀 가격이 치솟자 나이키가 한정판 제품들을 내놓을 때마다 이를 사려는 극심한 구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리셀 열풍 뒤에는 일부 전문 업자가 매크로를 이용해 단 몇 초 만에 인기 제품 재고를 싹쓸이하거나, 리셀 시세를 보고 반품·환불해 시장을 교란하는 식의 부작용이 뒤따랐다. 나이키가 결국 리셀 시장에 대응하고 나섰다.

나이키코리아는 10월부터 리셀 목적의 구매를 금지하는 이용 약관을 추가하고, 리셀 시장을 교란하는 재판매자 제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일 공지된 개정 약관에서 나이키는 리셀 관련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나이키가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유일한 목적을 가진 플랫폼이며,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고도 명시했다. 리셀 목적 구매로 밝혀질 경우 판매 제한, 주문 취소, 계정 정지를 예고했다. 리셀 시장의 인기 품목인 ‘에어 조던’ 등 나이키 스니커즈를 불법 프로그램으로 싹쓸이해 재판매 또는 대량 반품하는 이른바 ‘업자’들을 상대로 칼을 빼든 것이다.

◇나이키 본사 규정 따라 “재판매 위한 구매 금지” ‘리셀러꾼’에 칼빼든 한국 나이키

나이키의 약관 개정이 주목을 받는 것은 리셀 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이 나이키 스니커즈 운동화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에어조던x디올’ 협업 제품 때는 8000켤레 한정판을 두고 전 세계에서 500만명 이상이 응모했다.

업계에선 나이키의 약관 개정이 개인 간의 리셀보다 한정판 제품을 노린 ‘업자’들의 구매 꼼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 약관에는 리셀 목적 구매로 판단될 경우 반품·환불을 거부하고, 매크로 사용이 의심될 경우 주문 취소도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정판에 당첨된 뒤 배송지를 리셀 플랫폼으로 정하고 바로 재판매하는 업자들도 모니터링 대상이다. 앞서 나이키 글로벌 본사도 리셀이 의심되는 구매자를 모니터링해 계정 정지 조치 등을 해왔다.

◇리셀 플랫폼은 예의 주시… 세계 1위 업체까지 국내 3파전

리셀 플랫폼들은 나이키의 이번 조치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표면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의 영업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지만 나이키의 단속이 강화될 경우에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리셀 플랫폼은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크림’은 작년 8월 회원 100만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고, 그해 10월 1000억원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솔드아웃’도 작년 4월 무신사와 두나무에서 400억원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세계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도 작년 9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스탁엑스는 ‘가품 판매’ 문제를 두고 작년부터 나이키와 상표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한 리셀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와 리셀 플랫폼은 상호 보완 측면도 있었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가품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후 ‘정품 인증’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