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쿠팡 배달기사 사망이 잇따른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쿠팡의 고강도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장기적 성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각) “잇단 근로자 사망이 쿠팡 상장에 먹구름을 드리운다”며 “쿠팡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FT는 “쿠팡이 기업 공개(IPO)를 앞두고 근로자들의 잇단 사망과 부상 때문에 정치적 압박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한국 정치권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과로로 사망한 쿠팡 근로자는 8명”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코로나 사태 이후 1년간 쿠팡에서는 여섯 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 달 두 명이 숨졌다. 지난 6일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하던 이모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날 ‘쿠팡맨’(배송기사)을 관리하는 40대 직원도 퇴근 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측은 이씨에 대해 “마지막 근무는 지난달 24일이었고 사망 시점은 휴가 중이었다”며 과로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직원 장모씨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쿠팡은 “숨지기 전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3시간”이라고 했지만 장씨는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FT는 “쿠팡의 가장 큰 혁신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직원을 쥐어짜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는 노동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쿠팡 물류센터에선 시간당 작업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뒤처질 경우 공개적인 망신을 주면서 근로자를 압박한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공개된 쿠팡의 상장신청서에 따르면 쿠팡맨 등 일선 근무자와 비(非)매니저급 직원에게 최대 1000억원대 자사주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T는 그러나 “근로자들은 보너스 지급 충족 요건인 ‘2년 근무’까지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갈 것 같다고 한다”며 “50대 물류창고 근무자는 ‘매일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까봐 겁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최근 아시아의 물류 산업의 명암을 보도하면서 쿠팡 근로자의 과로사와 한국 택배운송노동자들의 과중한 업무를 상세히 보도했다. 닛케이는 “값싼 노동력에 힘입은 효율적인 물류 산업이 한국 쿠팡, 중국 알리바바, 일본 라쿠텐의 성공을 견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