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정식 개점한 26일 오후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10시 반, 개장을 앞둔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백화점의 출입문마다 100여 명씩 줄을 서 있었다. 이곳 LG가전 매장을 찾았다가 “한 시간 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손주현(40)씨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지하 1층 식당가로 향했다. 딤섬을 먹으려 했지만, ’40팀이 대기 중'이란 말에 포기했다. 커피나 마시자는 생각에 간 커피숍은 대기자가 112팀이었다. 그는 “사람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냉장고 사러 왔다가 예정에 없던 화장품이랑 신발까지 사버렸다”고 말했다.

코로나 1년 동안 온라인 쇼핑과 집밥에 지친 사람들이 3월 들어 날씨가 풀리자 집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의 유통 매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교외와 전국 유원지, 관광지로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6일 인천대공원을 찾은 오지용(37)씨는 “지난 1년간 밖에서 뛰어놀지 못한 아들을 데리고 외출했다가 우리 같은 가족 단위 인파에 놀랐다”며 “공원 인근 맛집들도 모두 만원이어서 식사할 곳을 찾을 때까지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고 했다.

3월 첫 주 금·토 백화점 매출

◇주말 소비, 코로나 전보다 더 많아져

보복 소비가 폭발하면서 3월 유통업계의 주말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난 주말(5~6일) 현대백화점 매출은 2019년 3월 첫 주 금·토요일의 매출보다 15%가 더 많았다. 롯데 백화점의 매출도 2020년 3월 첫 주말(6~7일)에 비해 82%, 2019년 동기(8~9일)에 비해서도 6%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화장품(25%), 해외 명품(17%), 아동(10%) 품목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외출을 안 해서 화장품 구매를 줄였던 소비자들이 출근이나 나들이를 기대하면서 산 것으로 보인다. 아동 품목은 등교가 정상화된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다”고 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명품, 생활, 가전에 이어 스포츠용품 매출이 두 자릿수(12.5%) 신장률을 보인 게 특징이다. 업계에선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재작년보다도 오히려 늘어났다고 했다. 야외 활동 관련 매출이 폭발하자, 이마트는 통상 4월에 시작하던 캠핑 용품 세일을 아예 한 달 앞당겨 이번 달에 시작한다.

빈자리 없는 백화점 식당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 지하 1층의 한 식당이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이날 가전 매장과 명품 매장, 식당을 들어가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고운호 기자

◇지난해 줄인 씀씀이가 보복 소비 밑천으로

지난해에도 보복 소비는 있었지만 명품시장에 집중됐다. 이번 달 들어 보복 소비는 명품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에 지난 1년간 소비 욕구를 억눌렀던 중산층과 서민들도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친목 모임이나 해외 여행, 공연 관람이 어려워져서 집 밖을 나가지 못한 답답함과 외출을 줄이면서 생긴 여유자금이 보복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원 강민희(39)씨는 “아이 둘이 한동안 영어유치원을 안 간 데다 바이오 관련 주와 테슬라 주식이 올라 애들 태어난 이래 여윳돈이 가장 두둑하다”고 말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블룸버그는 코로나 이후 미국, 중국, 영국, 일본, 유럽의 가계 저축이 약 2조9000억달러 늘었다고 보도했다. 가정마다 줄어든 지출이 저축으로 쌓였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일상이 정상화되면 늘어난 저축이 보복 소비의 재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복 소비는 ‘보복 여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도의 인기 호텔과 펜션 등은 이미 6~7월 예약이 마감됐다. 인터파크가 올 연초 홈쇼핑에서 판매한 동남아 여행상품은 각각 5000건, 3500건의 예약이 몰리면서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