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가 ‘밈(meme)’ 마케팅이다. 밈은 인터넷 공간에서 전파되는 문화 콘텐츠를 뜻하는 말. 국내 인터넷 공간에서 쓰이는 ‘짤’과도 비슷한 의미다.
무엇이든 Ctrl+C(‘복사’의 단축키), Ctrl+V(‘붙여넣기’)로 뚝딱 합성·전파하는 ‘복붙’세대에게 밈 마케팅은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가수 비와 손잡은 농심 새우깡 인기
올 여름 유통업계에선 가수 비의 노래 ‘깡’ 인기에 힘입어 농심 스낵 ‘새우깡’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가수 비는 2017년 공개 당시 혹평을 받았던 노래 ‘깡’이 인터넷에서 B급 유머와 함께 유행하면서,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농심은 지난 6월 발빠르게 비를 새우깡 모델로 발탁했다. 깡 열풍에 따라 농심의 새우깡, 감자깡, 양파깡, 고구마깡 등 ‘깡 시리즈’ 4개 제품의 7월 한달 매출은 사상 최초로 1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월 평균 매출 대비 40%이상 신장한 금액이다.
◇미국: 트래비스 스캇 세트 인기에 맥도날드 재료 동나
국내에서 ‘깡’ 밈이 황금알을 낳고 있는 동안, 미국에선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의 맥도날드 세트가 큰 화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서 ‘트래비스 스캇 밀’ 세트 인기가 치솟으면서 재료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래비스 스캇은 패션과 음악으로 MZ(밀레니얼+Z·1980~2000년대생)세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래퍼다. 그가 지난해 나이키와 손 잡고 출시한 ‘트래비스 스캇 조던1’ 운동화는 발매가(23만9000원)보다 10배 가량 높은 가격에 재판매되고 있다.
맥도날드가 메뉴에 유명인 이름을 붙인 것은 1992년 마이클 조던 이후 28년 만의 일. 트래비스 스캇 밀은 그가 고향 휴스턴에서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맥도날드 메뉴로 구성된 상품이다.
그저 트래비스 스캇의 이름이 붙었을 뿐, 아주 특별한 메뉴도 아니다. 쿼터 파운더 버거에 잘게 썬 양상추, 베이컨이 추가로 들어있다. 감자튀김은 토마토 케첩 대신 BBQ 소스에 찍어 먹는다. 탄산음료는 콜라 대신 스프라이트를 제공한다. 가격은 6달러.
트래비스 스캇은 이번 협업을 기념해 너겟 모양 베개, 큰 쓸모가 없어보이는 스티로폼 컵, 맥도날드 로고가 붙은 의류 등 B급 유머가 담긴 관련 상품들을 함께 출시했는데, 모두 동났다.
CNBC는 “코로나 사태에도 재료 공급망에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던 맥도날드가 트래비스 스캇 밀로 인해 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밈노믹스(Meme과 Economics의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