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이용해 재택근무 하는 모습.

서울의 한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주현(31)씨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경기 고양의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출근 시간 30분 전 일어나 씻고 커피를 내린 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출근이 끝난다. 이씨는 “예전엔 출퇴근에만 세 시간이 걸렸다”며 “편안한 옷차림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해도 되니 급한 일도 쉽게 처리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씨처럼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직장인도 많지만, 업무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갑작스레 시행된 재택근무에 고충을 느끼는 직장인도 적잖다. 본지가 비즈니스 포털 서비스 리멤버와 함께 최근 직장인 40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재택근무 시 업무 능률이 ‘(매우) 올라간다’고 답했다. 하지만 32%는 오히려 재택근무로 업무 능률이 ‘(매우) 떨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x리멤버 설문조사

수도권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건우(29)씨는 얼른 코로나 확산세가 잡혀 재택근무를 안 해도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3~4월 두 달간 여섯 평(약 20㎡)짜리 자취방에 꼼짝없이 갇혀 일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온종일 좌식 테이블에 쭈그려 앉아 조그마한 노트북 화면만 쳐다보고 있어서 눈이 따갑고 허리도 아팠다”며 “재택근무를 하니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의 구분이 없어져 우울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원격 근무 지원 시스템이 미비하다(26%)’는 것이었다. 보통 재택근무의 고충으로 흔히 떠올리는 ‘가사일과 병행(21%)’보다도 응답자가 많았다.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유모(35)씨는 “프린트도 스캔도 못 하고, 회사 VPN(가상 사설망)은 자꾸 끊겨서 메일 갔나 안 갔나 수시로 확인을 해야 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조선일보x리멤버 설문조사

‘상사의 지나친 의심과 연락(17%)’도 재택근무의 스트레스를 가중했다. 대기업 사원 강모(28)씨는 “매일 오후 6시에 일일 업무 보고를 작성해야 하는데 정말 스트레스”라며 “혹시나 메신저 늦게 답하면 논다고 생각할까 봐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자리를 비우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불분명해졌다(15%)’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미국과 유럽, 중동의 도시 16곳 직장인 3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3월 이후 8주간 평균 근무시간이 하루에 48.5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업무 시간 이후에 발송하는 이메일이 8% 증가하면서 근무 시간이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최근 재택근무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팁을 소개했다. ①생활 공간과 완전히 구분되는 지정된 작업 공간을 만들라 ②매일 아침 오늘 할 업무 목표를 설정한 뒤 근무를 시작하라 ③근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철저히 구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