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각)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1월(6.4%)보다 낮은 6%로 발표되자 최근 급락했던 주요국 증시가 반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긴축 기조도 꺾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그윈 길퍼드는 “경제학자들과 연준 관계자들이 여전히 물가 지수의 변동 폭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며 “샴페인 코르크를 닫아둘 때”라고 했다.

14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직원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미국의 근원 물가(가격 변동 폭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물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5% 상승해 예상치(0.4%)와 1월 치(0.4%)를 모두 웃돌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던 ‘수퍼 코어(super core)’ 지수도 한 달 전보다 0.5% 오르며 1월(0.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수퍼 코어’는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 수준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지표로 꼽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년 대비 6%라는 상승률은 아직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란 사실을 재확인하는 지표로 보인다”며 “긴축 기조를 완전히 꺾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에 관해 엇갈리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한 금융 불안이 맞물려 연준이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할 정도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동결할 정도로 내려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톰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지난주 ‘수퍼 코어’ 지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지수에는 이런 우려를 완화할 만한 부분이 없다”며 “연준이 0.25%포인트 인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