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년간 고수해왔던 ‘제로(0) 코로나’ 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전격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세계 공장’인 중국 경제도 회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고수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온 만큼 “봉쇄 해제는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도 회복” 기대감 커져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지역 간 이동에 의무화했던 PCR 음성확인서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역 완화조치 10가지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3년간 고수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백지 시위’ 이후 이뤄졌지만 급속히 악화하는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해(8.1%)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리케이드 옮기는 베이징 공무원들 - 9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방호복을 입은 보건 공무원들이 코로나 봉쇄 조치가 풀린 주거 단지 앞에서 철제 바리케이드를 옮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반발이 커지자 지난 7일 전수 PCR 검사, 확진자 시설 격리, 주거지 장기 봉쇄 등의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AF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의 위드 코로나 조치가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8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의 방역 정책 조정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의 대외 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수요 증가와 확장적 신용 정책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과 국내총생산(GDP)을 눈에 띄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세계 경제 회복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무역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1~11월까지 대(對)중국 수출은 1446억달러(약 188조4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15.3%), 유럽연합(7.3%), 아세안(18.5%) 등 주요국으로 수출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중국 무역 수지도 수백억달러 흑자에서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중 내수용이 80% 이상 차지하는 만큼 봉쇄 완화로 중국 내수가 살아나면 우리 수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식품 같은 소비재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이나 자동차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부추길 우려도

반면 중국이 일상 회복으로 내년 세계 경제가 더욱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수 경제가 살아나면서 소비가 늘고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계열 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미는 8일 “중국이 내년 중반쯤 완전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존 전망치인 3.9% 하락과 반대로 5.7%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격 폭등을 다시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세계 1위 LNG수입국인 중국이 봉쇄되면서 올해 LNG 수입이 평년의 80% 수준에 머물며 그나마 LNG 가격 상승을 억제한 부분이 있었다”며 “장기 계약 물량을 보유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은 에너지원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이 국지적으로만 봉쇄를 완화해도 유가가 올라갔기 때문에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은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