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을 신청하는 미국인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긴축 기조를 가늠할 미국 11월 실업률이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1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11월 실업률이 전월과 같은 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이로써 지난 1월 4%였던 실업률은 9월 3.5%까지 떨어졌다가 두달 연속 소폭 오른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대 실업률을 완전 고용 상태로 본다.

또 11월 비농업 일자리는 26만3000개 증가해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20만개)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1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실업률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14일 열릴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미 지난달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이르면 다음 회의, 혹은 그 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상 수준을 ‘자이언트스텝’에서 ‘빅스텝’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을 언급하는 건 매우 시기상조”라며 한동안 금리를 더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제 (긴축) 속도에 대한 얘기는 덜 중요하다. 최종 금리가 어느 수준일지, 고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고용·물가 지표를 참고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여전히 강한 미국의 노동 시장은 연준 금리 인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물가는 지난 6월 정점(9.1%)을 찍고 지난 10월 7.7%까지 내려왔지만, 강력한 노동시장 때문에 연준은 고강도 긴축을 유지해왔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1월 연 0.25%(상단 기준)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1월 4%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파월 의장은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노동시장이 진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업이 고용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최근 일부 상품 가격과 주택 임차비의 하락은 물가를 잡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현상이 거시적으로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임금 인상은 좋은 일이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시각에서 생각한다면 물가는 2%대에서 머물러야 한다”며 현재 임금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상황이 일부 나아지고는 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