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컴퓨터에서 떼낸 컴퓨터 기판/조선일보DB

일본 정부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금은 등 귀금속과 희귀 금속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정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도시인의 생활 가전에서 금속을 채취한다는 뜻을 살려 이를 ‘도시 광산’이라 부른다. 애플 같은 일부 글로벌 기업이 금속 재활용 전략을 펴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일본 환경성은 오는 2030년까지 도시 광산을 통해 회수하는 금속 자원을 현재의 2배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자국 제련소 처리 폐기판 규모를 2020년 21만t에서 2030년 42만t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도시 광산은 초기에는 전자제품 기판에서 금은 등 귀금속을 확보하는 수준이었다. 광산에서 캐낸 철광석 1t을 녹이면 금과 은이 약 20g과 150g 나오지만 전자 기판 1t에서는 금 300g과 은 1600g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금보다 비싸다는 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을 채취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이나 니켈은 물론이고 구리나 아연과 같이 기판에 쓰인 금속은 거의 대부분 재활용하는 수준까지 왔다.

가구당 전자제품 사용량이 많은 일본은 폐기판 자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공산품에는 전 세계 소비량의 2~3년 치에 달하는 금속이 들어있다”고 했다.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는 못 쓰는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1대당 1000엔(약 9700원) 상당의 쿠폰을 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또 아시아 국가에서 전자제품 폐기물을 대량 수입할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발전 속도가 빠른 아시아 국가들은 전자제품 폐기물이 급증해 환경오염이 심각한 반면, 이를 재활용할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아시아 각국 정부와 제휴해 폐기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의 대표 제련소인 JX금속은 이달 초 캐나다 가전제품 재활용 회사 이사이클설루션스를 100억엔(약 970억원)에 인수하는 등 민간 기업도 도시 광산 정책에 적극적이다. JX금속은 북미 지역에서 수집한 폐기판을 일본으로 들여와 도시 광산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 세계 전자제품 폐기물 총량은 2030년 7400만t으로, 2019년보다 40%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폐전자제품의 재활용 비율은 17%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