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폐인 엔화/뉴시스

일본의 국가 채무가 역대 최대 규모인 1255조엔(약 1경2291조원)에 달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 국민 한 명이 떠안는 국가 부채도 1000만엔(약 9794만원)을 넘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일본이 점차 빚쟁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재무성의 발표를 인용해 국채와 차입금, 정부단기증권을 모두 합친 국가 채무(6월말 기준)가 1255조1932억엔이라고 보도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3월보다도 13조9000억엔이 증가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신문은 “총무성의 7월 인구 추정 통계(1억2484명)로 단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약 1005만엔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2003년만 해도 1인당 국가부채가 550만엔(약 5386만원)에 그쳤다. 과다한 재정 지출로 경기를 살린다는 아베노믹스에 따라, 국가 채무가 급증하면서 20년 만에 약 2배 수준으로 부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일본 재정의 위험성은 국가채무 팽창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대목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걷는 돈보다 쓰는 돈이 월등하게 많은 것이다. 일본은 작년에 역대 최대의 세수(稅收)를 걷었다. 코로나에도 기업 실적의 빠르게 회복해 전년보다 6조2000억엔이나 많은 67조엔이 걷힌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작년에 잡은 세출은 142조엔이다. 일반 회계가 107조엔이었는데, 작년 10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직후에 추가로 보정 예산 35조9000억엔을 통과시킨 것이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걷히는 세금만으론 세출을 충당 못한 일본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일본은행이 돈을 인쇄해 인수하는 방식이다. 6월말 기준 1010조4226억엔인 일본 장기국채는 연말에는 1058조엔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차입금과 정부단기증권을 합치면 일본 국가부채는 연말 1411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금리 인상을 거부하고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이유가 정부가 떠안은 엄청난 국채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1000조엔대 국채를 짊어진 일본 정부로선 금리 인상시 재정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