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요약본)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73차례나 등장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사록은 20페이지라 1페이지당 3번 이상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것이다. 미 연준이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양적긴축(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5%로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최근 물가 상승이 계속해서 연준의 장기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고 높아진 물가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더 빠른 속도로 정책적인 통화 완화 조치를 없애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판단에 근거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이 곧 단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15~16일 열릴 예정인 3월 FOMC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유지해온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금리 인상 다음 단계 조치인 양적긴축에 대해서도 비중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연준 위원들은 “현재 연준이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대차대조표를 상당한 규모로 축소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했다. 연준은 2019년 말 4조달러쯤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양적완화(시중의 채권을 사들여 현금을 푸는 정책)를 실시한 결과 현재 채권 보유량이 9조달러에 가깝다.

연준 의사록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통화 긴축 정책을 거론했지만, 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예상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올해 남은 7차례의 FOMC마다 매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존 관측과 비교할 때 의사록 내용은 덜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의사록이 공개된 뒤 상승세로 돌아서 보합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