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대국 아일랜드의 전력 부족 사태,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유럽의 전력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와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전력 가격은 8일 오후 한때 메가와트시(MWh)당 2300파운드(약 370만원)까지 치솟았다. 평소 하루 전력 피크 타임 전력 가격 300~400파운드(약 48만~65만원)의 6~7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이를 촉발한 것은 아일랜드의 정전 위기 사태였다. 아일랜드는 아이리시해(海)의 풍부한 해상 풍력발전을 바탕으로 영국 등 유럽 다른 국가들에 전력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의 풍속이 약화되면서 급격한 전력 부족에 시달렸고, 급기야 아일랜드 정부는 8일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아이리시해를 가로질러 스코틀랜드까지 공급하던 전력 수출도 끊었다. 최근 자국 내 풍력발전소 건설을 늘렸던 영국도 풍속 감속으로 인해 자체 발전량이 급감했다. 더 타임스는 “결국 영국 정부는 당초 내년까지 폐쇄할 예정이던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지난 6일 6개월 만에 재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최근 유럽 전역에서 화력발전용 천연가스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스페인·독일·프랑스 등지에서도 전력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8일 스페인 전력 가격은 전날보다 7.5% 오른 MWh당 152.32유로(약 21만원)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급격한 전력 가격 상승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설비와 인력 등이 줄면서 천연 가스 공급도 급감한 탓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운영될 때까지 천연가스 부족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난방 수요가 늘면 소비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도 “전문가들은 올 겨울 영국의 전력 대란을 우려하면서 수입 가스에 대한 의존, 그리고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더 많은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생기는 전력 공급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는 이상 한파로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 공급이 끊길 수 있고, 태양광이나 풍력은 햇볕이나 바람이 갑자기 약해지면 발전량이 현격히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