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이 50% 넘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 /조선DB

미국의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 2365명의 재산은 지난 1년 사이에 8조 400억 달러(약 9097조원)에서 12조 3900억 달러(약 1경 4019조원)로 54% 늘어났다. 늘어난 재산은 5000조원에 가깝다.

이 조사는 미 경제지 포브스, 블룸버그 등의 연구를 토대로 억만장자들의 지난해 3월 18일과 올해 3월 18일 사이 재산 증감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새로운 억만장자 목록에 270명이 추가됐고, 91명은 명단에서 빠졌다.

재산 1위는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였다. 그의 재산은 57% 증가한 1780억 달러(약 201조원)였다. 이어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와 그 가족이 114% 늘어난 1626억 달러(약 184조원)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1621억 달러·약 183조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1265억 달러·약 143조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1017억 달러·약 115조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65억 달러·약 109조원) 순이었다.

IPS는 13명의 억만장자 재산이 50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생수 기업인 농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 회장의 재산이 33배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쿠팡을 뉴욕증시에 상장한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도 6.7배 증가했다.

김정주 NXC 대표. /조선DB

2365명의 명단 중 한국인은 38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정주 NXC 대표가 141억 달러(약 15조 9000억원)로 한국인 중 가장 높은 순위인 144위에 올랐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38억 달러·15조 6100억원·150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97억 달러·10조 9700억원·236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4억 달러·9조 5000억원·287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67억 달러·7조 5800억원·390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59억 달러·6조 6700억원·455위)순이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분이 반영되지 않은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20위권 억만장자의 재산은 1년 새 68% 증가한 1조 83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스페인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 1조3000억 달러보다 큰 규모였다.

IPS는 이들 중 다수는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경쟁 감소 등으로 큰 이득을 본 기업들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IPS는 “코로나가 지난해 전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하고 여성, 청년, 빈곤층 등에 악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시켰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