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올리브산에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AFP연합뉴스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선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 1·2차관, 통상교섭본부장 등 1급(실장) 이상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상황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이 이란 이스파한에 재보복을 감행한 데 따라 우리 수출·입과 물류 등에 끼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산업부는 20일에도 2차관 주재로 현지 무역관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응점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흑자를 이어가고,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며 올해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중동 정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코로나 엔데믹 국면에서 부진을 겪다 겨우 살아난 우리 수출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촉발한 확전 분위기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각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면서 수출 시장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는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무역적자를 나타내기 쉬운 구조”라며 “각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짐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가 투자·소비를 줄이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전체 수출액은 원유를 수입·가공해 수출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단가가 오르며 다소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유가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전체 산업에서 생산비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

최근 대(對)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국면에서 신시장으로 떠오르던 중동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부정적인 뉴스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전쟁이 확산하면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3일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2억9000만 달러(약 10조700억원) 규모 가스플랜트 사업을 따냈고, 지난해 6월엔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50억달러 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동 지역은 플랜트를 비롯해 원전, 방산 등 우리가 신산업에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는 지역”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계기로 중동 정세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