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3분기 흑자를 냈지만, 위기 탈출은 먼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를 합성한 사진/뉴스1

한전이 10분기 만에 분기 흑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4분기 다시 적자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내년부터는 신규 회사채 발행마저 어려워지면서 위기 탈출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13일 3분기(7~9월) 매출은 24조4700억원, 영업이익 1조9966억원으로 2021년 1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분기 누적으로는 65조6865억원 매출에 영업적자 6조4534억원을 나타내며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4분기 다시 적자 전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장의 기대처럼 흑자를 낸다고 하더라도 소폭에 그치며 연간 적자 규모는 6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구입단가가 7~9월 매월 133~158원을 나타낸 가운데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7~17원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올 4월까지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를 이어오던 한전은 5월 중순 전기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면서 5월부터 역마진에서 벗어났다. 고공 행진을 하던 국제 에너지가격도 때마침 다소 낮아지면서 이익이 났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9일부터 이뤄진 전기요금 인상이 대기업·중견기업에만 국한되면서 인상 효과가 소폭에 그치는 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판매단가와 구입단가의 차이가 20원은 벌어져야 안정적으로 흑자가 가능하다. 한전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증권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분기에 다시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금 한전은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환자이지만 연명치료에 그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전력 구매 대금 마련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