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이 2조원 넘는 상장기업에서 여성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 여성임원 비중이 작년보다 소폭 늘어 약 7%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외이사와 여성 미등기 임원 증가가 두드러졌고, 여성 사내이사는 사실상 제자리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행복동행 여성 임원 초청 간담회 모습./뉴시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49개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여성 임원은 997명으로, 전체 임원(1만4718명) 가운데 여성 비중은 6.8%이었다. 작년 동기(6.3%·912명)보다 0.5%포인트 상승했고, 2019년 1분기(3.9%)와 비교하면 1.7배 수준이었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여성이사제도’가 작년 8월 시행돼 주요 기업의 여성 이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조사 대상 349곳 중 98곳(28.1%)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총액 기준(2조원)에 따라 여성이사 선임 의무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비중은 늘고 사내이사 가운데 여성 비중은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여성 사외이사는 212명으로 지난해 1분기(193명)보다 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사외이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14.8%에서 17.3%로 2.5%포인트 늘었다. 여성 미등기 임원도 지난해 1분기 691명에서 올해 1분기 755명으로 9.3% 증가했고, 전체 미등기 임원에서 여성 비중도 5.8%에서 6.2%로 0.4%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여성 사내이사는 작년 1분기 28명에서 올해 1분기 30명으로 2명 증가에 그쳤다. 사내이사에서 여성 비중도 2.3%도 제자리 수준이었다. 30명 사내이사 중 오너 일가는 절반이 넘는 18명이었고, 전문경영인은 12명이었다.

업종별 여성 임원 비중은 전통적으로 여성 임직원이 많은 생활용품 업종에서 20.6%로 가장 컸다. 이어 제약(14.8%), 서비스(12.5%), 유통(11.8%), 은행(11.6%) 식음료(10.4%) 순이었다.

등기 임원 중 여성 비중이 가장 큰 기업은 게임회사 크래프톤이었다. 크래프톤은 등기임원 7명 중 4명(57.1%)이 여성이었다.

이어 카카오(50%·6명 중 3명), 한국가스공사(45.5%·11명 중 5명), SK이노베이션이(42.9%·7명 중 3명), 한국씨티은행, SKC, 한국투자증권(각 5명 중 2명·40%)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