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하는 일본 의사./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 전까지 국내에선 관련 법 미비로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를 계기로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지난 3년간 의료 기관 2만5697곳에서 1379만명이 비대면 진료를 3661만건 이용했다. 비대면 진료가 이처럼 보편화한 상황에서 코로나가 잦아들자 정부와 정치권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제도화가 아니라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고 주장한다.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에 한정하는 정부와 국회 안은 “현장과 동떨어진 것이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3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가장 큰 쟁점은 진료 대상이 초진이냐, 재진이냐 여부다. 재진은 같은 병으로 같은 병원에서 90일 이내에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시기엔 재택 치료를 포함해서 특별한 제한이 없었는데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 ‘재진에 한정한다’는 원칙이 생겨났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표는 “현재 비대면 진료 대부분이 초진인데 재진이 기본이 되면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보기 어려워진다”며 “사실상 비대면 진료 도입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앱의 초진 비율이 99%에 달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G7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미국·영국·캐나다·독일은 초진 허용, 일본·프랑스는 일정 절차를 거쳐 초진을 허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외 없이 재진부터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대상 질병을 만성질환으로 한정한다는 의료법 개정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정부와 국회 안이 확정되면 감기, 비염, 소화불량 같은 가벼운 질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비대면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적게는 10분의 1에서 많게는 100분의 1까지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선 비대면 진료에 이 같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앱 이용자가 질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닥터나우의 경우도 이용 사례의 거의 대부분이 감기, 두드러기, 비염 같은 경증이다. 플랫폼 업계는 국회와 정부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과 만성질환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의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불투명한 국내 상황에 해외시장 모색

해외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을 전환점으로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관련 산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료 시스템과 환경을 갖춘 일본은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다가, 코로나를 맞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20년 4월 온라인 초진을 임시로 허용했다가 초진 허용 정책으로 전환했다. 일본 전역에서 1만곳 넘는 의료 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도쿄에만 1700여 곳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주거지의 ‘가카리쓰케(동네 단골 병원 의사)’라는 비대면 진료 초진 조건이 붙었지만, ‘재진 원칙’은 두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도 의사 회원 29만여 명, 약사 회원 19만여 명을 보유한 ‘m3.com’과 합작사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해 2020년 12월 비대면 진료를 시작했다. 일본 사용자가 9000만명이 넘는 메신저 라인에서 라인헬스케어를 친구 추가하고 회원 가입을 하면, 의사와 라인 영상 통화를 하며 진료받을 수 있다.

미국도 1997년 관련 법을 제정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조지아·텍사스를 포함한 일부 주가 비대면 초진 후속 조치로 대면 외래진료 예약을 의무화했지만, 다른 대부분의 주에선 특별한 제한 없이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미국 텔라닥은 의료진 1만여 명을 통해 결막염 같은 경증 질환부터 정신과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한 해 2100만건 이상 진료가 이뤄졌다.

반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OECD 회원 38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해외에서 먼저 사업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LG전자는 작년 미국 원격 의료 기업 암웰과 공동 개발한 ‘케어포인트 TV 키트’를 선보였다. 병실 TV를 통해 원격으로 진찰, 간호, 모니터링, 퇴원 절차 등을 돕는 설루션이다.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원격 의료 업체 ‘헬스탭’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 TV를 공급하고 있다. KT도 베트남 국립암센터 등과 협약을 맺고 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