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채용박람회’ 4년 만에 대면 행사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삼성전자 관련 채용 정보를 듣고 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된 이번 채용박람회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반도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의 업종에서 약 13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오프라인 행사는 3일 오후 5시까지 열린다. /박상훈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 전시장은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고용노동부 주최 ‘대한민국 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들로 붐볐다. 대기업 부스 앞에는 채용 규모와 시기, 구체적인 직무 등을 알고 싶어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새벽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는 취업준비생 송예원(24)씨는 “해외 영업을 희망하고 있어 관련 직무가 있는 기업 부스 20여 곳을 돌았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 시작된 삼성전자 채용설명회장은 마련된 좌석은 100여 개였지만 300여 명이 몰렸다. 건국대 상경계열 졸업생 최승욱(27)씨는 “1년 정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에도 채용 정보가 많지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어 현장에 왔다”며 “기업들이 점점 신입에게도 직무 관련 전문성이나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2~3일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취업박람회에 약 4800명이 사전 등록했다. 현장 등록 인원까지 합치면 50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채용문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체 채용 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는 예년보다 채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다음 주 상반기 공채 시작

삼성전자는 이르면 6일부터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전형을 시작한다. 삼성은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을 정기 채용하는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삼성의 연간 전체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1만6000명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이달 말까지 서류 접수를 완료하고 5월 중순 ‘삼성 고시’로 불리는 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14일까지 올해 두 번째 신입사원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2일에는 10년 만에 생산직 신입사원 채용 전형을 시작했는데, 수만 명의 지원자가 몰려 채용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SK그룹은 이달부터 SK하이닉스, 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별로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 SK그룹 측은 “지난해 수시 채용을 통해 전 계열사에서 1만명 정도 뽑았는데,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그룹 역시 계획대로 올해 1만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달부터 지원자 편의를 돕기 위해 ‘3, 5, 7, 9 채용 캠페인’을 도입했다. 3, 5, 7, 9월에 직무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LG그룹 채용 사이트에 일괄 게시해 채용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2일부터 포스코, 포스코 인터내셔널·케미칼·플로우 4사의 신입사원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온라인 상담회도 진행하고, 예비 지원자를 위한 캠퍼스 취업설명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기업 신사업 부문, 은행은 채용 늘려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함에 따라 상반기 채용 시장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카카오는 최근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다가 면접 단계까지 가서 채용 자체를 취소했고, LG전자는 현재 55세 이상 직원과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10대 기업 인사팀 임원은 “기존 인력에 대해 효율화·사업 재편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기업마다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신규 사업에서는 공격적인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UAM(도심항공교통) 개발 등 분야에서 예년보다 20% 더 뽑았는데,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1월 450여 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데 이어 400여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측은 “수주 물량이 늘어나고, 연구 개발·엔지니어링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나 추가 채용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도한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로 비판받은 금융권도 올 상반기에만 4700명 이상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2288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