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재 보도블록 제조 업체 데코페이브 박문석 대표는 1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범법자가 되거나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올해 연말로 예정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日沒)을 두고 한 말이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예외적으로 직원 30인 미만 기업에 한해 주 60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게 폐지되면 영세 기업들도 모두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박 대표는 “벽돌 원료인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굳지 않게 하려면 공장이 24시간 내내 돌아가야 하는데, 주 52시간으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밖에 일하지 못해 생산량이 20% 줄어든다”고 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업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2018년 주 52시간 근무 도입 당시 영세 사업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노사 합의로 일주일 60시간까지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10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이 관련 논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3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은 말로는 경제를 살린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것을 외면한 채 일몰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일몰 연장이 안 돼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생기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추가연장근로제 일몰과 관련, 현장에 여러 의견이 있다는 걸 감안해 논의할 생각”이라며 “국민의힘이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반대하고 자신들이 찬성하는 법안만 논의하자고 해 의사일정 협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일몰제를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환노위원 대부분은 노동계 반발을 의식해 일몰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의 한 의원은 “계속 유예를 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깨지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일몰 연장을 받아들이거나, 대안을 내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20인 미만 사업장은 일몰을 연장하고, 2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일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