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한 직원이 출선(고로에서 쇳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태풍으로 침수된 포항제철소는 현재 압연 공장 18곳 중 7곳을 재가동했다. /포스코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벽면에는 아직도 짙은 물때가 남아 있었다. 이날은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당한 지 79일째였지만, 각종 전기 설비와 모터·관이 있는 지하층의 바닥은 여전히 물기로 미끄러웠고, 각종 관과 벽면 곳곳에는 흙이 누렇게 말라붙어 있었다. 홍수 당시 이 공장에서는 길이 450m에 달하는 지하 시설이 완전히 침수됐고 지상으로도 1.2~1.5m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현재 배수 작업은 끝난 상태다. 허춘열 포항제철소 압연부소장은 “홍수 당일에는 퇴직할 때까지 이 공장이 재가동하는 모습을 다시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면서 “전 직원의 노력으로 다음 달 재가동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포스코는 홍수 이후 처음으로 제철소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9월 6일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제철소 전체를 뒤덮었고, 가장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아직도 복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공장 전체적으로는 침수 흔적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천시열 공정품질부소장은 “지금까지 연인원 100만명이 복구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가 당한 피해는 막대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 규모인 제철소 내부에 620만t에 달하는 흙탕물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의도 전체를 2.1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규모다. 각 공장 설비의 핵심 역할을 하는 4만4000대 모터 중 1만3500대가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철소에서는 철강 제품이 모터로 가동되는 롤러로 운반되기 때문에 모터가 고장 나면 조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천 부소장은 “직원들이 구석구석 쌓인 토사물을 손으로 일일이 긁어내고 집에서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와 건조한 덕분에 침수된 모터 중 73%를 자체 수리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1호 명장인 손병락 상무보는 “초대형 모터(170t)를 업체에 보내고 다시 설치하는 데 10개월 이상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직접 모터를 수리해 되살려 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구 노력 덕분에 홍수 초기 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압연공장 18곳 중 현재 7곳이 재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압연은 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공정이다. 포항제철소는 올해 안에 2냉연·2열연을 포함한 8개 압연공장을 추가로 재가동할 예정이다. 내년 2월까지는 제철소가 홍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포스코는 밝혔다.

연간 조강 생산량이 1700만t(지난해 기준)인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로 인해 후방 산업과 협력 업체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번 홍수 이후 포항제철소 제품을 구매하는 업체 473곳 가운데 철강 제품 수급 우려가 있는 업체는 81곳으로 집계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과 다른 철강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긴급 물량을 공급하면서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