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 국산 다연장로켓(MLRS)·경공격기 등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에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방산과 원전을 결합한 수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전경./한수원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들은 “한수원이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인 ZEPAK와 2주 내에 신규 원전 사업 수주 관련 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3사는 ZEPAK가 2024년 말 운영 중단 예정인 폴란드 중부 패트누프(Patnow)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로서는 현재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6기 규모의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원전에 이은 2차 원전 사업이다. 한수원은 지난 4월 1차 원전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내고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와 수주 경쟁을 벌여왔지만 사실상 웨스팅하우스 수주가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현재 연구용 원자로 1기만 운영하고 있다.

한수원이 1차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술·시공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2차 사업에 대한 LOI 체결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지 전문가들이 수행한 원전 사업 역량 평가에서 한수원은 자금 조달과 적기 준공 능력에서 EDF와 웨스팅하우스를 압도하며 전체 평가에서 1위를 했다.

한국과 폴란드 간 방산 협력이 원전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과거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당시에는 원전을 먼저 수주한 다음 방산 분야가 뒤따라갔지만, 이번에는 방산이 먼저 가고 원전이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6기 규모 1차 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원전 건설이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다만 폴란드로서는 추가 원전 건설을 위한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이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이 추가로 LOI를 맺고 한국과 경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