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원인 LNG(액화천연가스)의 글로벌 수요 증가로 국내 조선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LNG선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고, 올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도 지난 20년간 연평균 발주량의 3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LNG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 업체들은 LNG선 수주를 싹쓸이하며 휘파람을 불고 있다. 다만 LNG발 호황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수주 선종이 지나치게 LNG선에 집중돼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전체적인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LNG선 선가 역대 최고치 근접

1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LNG선의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현재까지 115척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2002~2021년 연평균 LNG선 발주량이 39척이었는데 이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올해 발주량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658척)의 약 20%에 해당한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전 세계 발주량 115척 가운데 94척을 수주해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LNG선 선가도 급등하고 있다. LNG선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991년으로 당시 1척당 2억6000만달러(37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조선업 장기 불황과 함께 선가는 2억달러 밑으로 내려갔지만 작년 2억1000만달러(3000억원)로 상승했고 지난 9월에는 2억4400만달러(34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8월과 대비해도 한 달 만에 400만달러(50억원)나 올랐다. LNG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LNG 운반선뿐 아니라 선가가 훨씬 높은 특수선도 발주되고 있다. 국내 1위 조선 업체인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가 대표적이다. 해상에서 LNG를 기화시켜 육상에 공급할 수 있는 특수 선박으로 올 들어 전 세계에서 한국조선해양이 처음으로 수주했다. 선가도 평균적인 LNG선보다 1000억원 넘게 비싼 4757억원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산업계의 LNG 수요가 높아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정적인 LNG 공급망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LNG 관련 선박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을 개발 중인 카타르가 본격적으로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LNG선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발주량 감소는 불안 요소

이처럼 LNG선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조선 업계에는 불안 요소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2년 상반기 동향과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발주량 전망치는 3500만CGT(표준환산 톤수)로 전년(5100만3000CGT)에 비해 31.7%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나 감소했다. 국내 업체들의 상반기 수주량도 작년 상반기보다 10.1% 줄었고, 올해 연간 수주량은 작년보다 14.9% 감소할 전망이다. 한 대형 조선 업체 임원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악재가 겹치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 선박 발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선박 구매 시 주로 미국 달러를 이용하는데, 최근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선박 금융 환경이 나빠진 것도 선주사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제외한 다른 선종의 수주가 주춤한 것도 조선 업계로선 부담이다. 다양한 선종을 골고루 수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업 모델이지만 올 상반기까지 전 세계 발주량의 약 75%를 컨테이너선과 LNG선이 차지했다. 벌크선은 11.3%, 제품 운반선은 3.2%, LPG선은 1.2%, 유조선은 0.5%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보고서에서 “특정 선종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조선 기자재 업계의 불균형적인 생산 구조를 초래한다”면서 “컨테이너선·LNG선이 다른 선종 대비 인력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인력난에 직면한 조선 업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