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벤처 투자 열풍과 함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또는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들이 급증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매출이 투자 유치금에 못 미치고 심지어 매출 제로(0)인 기업들도 10곳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0일 기업 분석 회사 CEO스코어에 의뢰해 2019년부터 올 9월까지 지정된 유니콘·예비 유니콘, 아기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203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은 2019년 4조6711억원에서 지난해 13조3480조로 185% 늘고 영업수지도 2019년 431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720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세는 가상화폐 거래소 두나무·빗썸 실적으로 인한 착시 효과가 컸다. 두 회사의 매출은 2019년 2849억원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4조7145억원으로 1555% 증가했다. 양 사의 영업이익은 1101억원에서 4조원으로 폭증했다. 두 회사를 제외하자, 201사의 2019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96%로 떨어졌고 영업수지는 2019년 541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333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되레 확대됐다. 영업이익 적자 기업 숫자도 2019년 161사에서 지난해 163사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 중에서 매출 실적이 크게 부진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203사 중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을 알 수 있는 162사의 총 투자 유치금은 13조656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투자 유치금보다 지난해 매출액이 더 큰 기업은 42사(26%)에 불과했다. 나머지 120사는 투자 유치금보다 매출액이 적었다. 특히 예비 유니콘과 아기 유니콘 중 10곳은 매출이 아예 0원이었다. 특히 이들 중 7사는 헬스케어·바이오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투자를 계속 굴려갈 수 있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 업계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이 진짜 유니콘을 가려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