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삼성그룹이 2017년 3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회의 직후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인 11월 1일 전후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 사장단 회의’가 이례적으로 개최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과 SDI·전기·SDS·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사장, 삼성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 사장 등 40여 명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에 모여 외부 강사 강연을 듣고,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관련 사장단 대책회의 등 그동안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가끔씩 열렸지만, 금융 계열사 사장단까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식은 과거 ‘수요 사장단 회의’와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사장단 회의는 ‘1등이 되고 싶으면 1등에게 배우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뜻에 따라 매주 수요일 삼성그룹 각 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외부 전문가 특강을 듣고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수요 모임도 중단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수요 사장단 회의가 중단되고 지난 3~4년 사이 삼성 사장단 간 ‘삼성 사장들끼리도 서로서로 얼굴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공동의 현안에 대한 정보 교류 차원에서 사장단 회의가 부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이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판 절차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부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