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로 적자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에선 “비상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49포인트(1.22%) 하락한 2,314.32로, 코스닥 지수는 32.58포인트(4.36%) 떨어진 714.38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환율은 전일보다 4.5원 오른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쳐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2022.6.23/뉴스1

항공업계는 환율이 올랐을 때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 업종이다. 항공기 장기 리스 비용뿐 아니라 항공유 구매 비용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타격을 입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 외화부채는 약 41억달러(약 5조2000억원)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1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같은 조건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환차손을 본다.

여전히 적자 폭이 큰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 양대 대형 항공사에 비해 항공기 리스료 부담이 더욱 크다. 한 LCC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 항공기 리스 확대를 자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유 항공기 수 자체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업계는 또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도 문제지만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큰 악재”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를 단기로 계약해 수입하는 중소기업도 울상이다. 특히 목재, 펄프, 섬유, 플라스틱 등을 수입해 가공하는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살균 티슈를 만드는 중소기업 아이리녹스의 엄정훈 대표는 “원자재인 천연펄프를 100% 수입해서 쓰는데, 펄프값이 이미 20% 이상 오른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뛰어서 죽을 맛”이라며 “지난해 톤(t)당 150만원 하던 게 지금은 200만원씩 해서 수입은 사실상 포기했고,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중소기업이 30.5%에 달했다. 이익을 봤다는 기업은 19.1%에 그쳤다. 고환율로 인한 피해(중복 선택)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78.1%)가 가장 많았고 ‘물류비 부담 증가’(43.2%)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20%)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