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 개발에 참여한 국내 기업 300여 곳의 우주 기술 역량도 주목받고 있다. 항공우주업계에서는 미국·중국·영국 같은 선진국처럼 한국에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선 누리호 엔진 제작을 맡은 한화그룹이 우주 산업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3월 그룹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만들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팀장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월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인 쎄트렉아이에 1090억원을, 한화시스템은 같은 해 8월 위성인터넷서비스업체인 영국 원웹에 3억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했다. 한화 관계자는 “당장 큰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바탕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수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우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9월 경남 사천에 KAI우주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중형 위성 3~5호와 군 정찰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위성을 활용한 위성 영상 판매 서비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나로호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대한항공도 최근 소형 발사체용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2단으로 구성된 소형 우주 발사체의 상단부에 들어갈 3t급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기술력을 인정받는 수많은 벤처·스타트업도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의 기술력이 사장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누리호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우주산업 규모가 글로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에 그치고 있다”면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금융·기술 지원으로 더 많은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벤처·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