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지난달 말 전 계열사에 재택근무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업본부, 팀 단위로 부서장과 구성원들이 논의해 근무 방식을 정하라는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에 큰 차질이 없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모든 직원이 일괄적으로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재택근무의 장점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현대카드 본사/News1

현대카드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한다고 2일 밝혔다. 부서·직무 특성에 따라 근무 일수의 20~50% 내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임신부처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직원은 한 달에 절반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완화·해제로 가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무실로 전원 출근하던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코로나 시기에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재택근무를 일정 비율 유지하면서 사무실 출근과 병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LX판토스 등 일부 기업은 재택 근무를 일정 비율 유지하고자 아예 사무실 좌석 수를 줄여 버렸다.

10대 그룹 인사 담당자는 “코로나 이전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원격 근무 논의가 있었지만 섣불리 시행하지 못했다”면서도 “젊은 세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데다, 코로나 재택근무를 시행해본 기업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기 때문에 과거 같은 전면 출근제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근무 방식은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이다. 재택근무 비율을 다소 축소하면서도 재택근무의 장점은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자는 지난달 25일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에서 30%로 축소했지만 ‘재택근무 종료’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도 코로나 이후 최소 30% 수준을 유지해왔던 재택근무 비율을 지난달부터 각 부서장 재량에 따라 정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재택근무 유지가 대세… 일부는 폐지

IT(정보 기술)업체들은 다른 업종보다 재택근무를 더욱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코로나 초기부터 전원 재택근무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사람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향후에도 전면적인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고 본인에게 최적의 업무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코로나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NHN은 지난달 재택근무자를 위해 고성능 모니터와 헤드셋까지 화상회의가 가능한 IT 장비를 지원하고 편의점과 카페, 배달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택근무용 식권까지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재택근무 비율이 최대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부서별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예 사내 좌석 수를 줄여서 출근하는 인원 수를 제한하는 기업도 있다. LX그룹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는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 비율을 30%로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회사 사무실을 공유 오피스 방식으로 리모델링했는데 좌석 수를 전체 직원 수의 70% 정도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를 했는데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상시 재택근무 운영을 염두에 두고 사무실을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반면 재택근무를 접은 기업들도 물론 있다. 포스코는 수도권 지역에서만 적용돼왔던 재택근무를 지난달부터 없애고 전원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정부의 자율 방역 지침에 따라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재택근무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매일 출근하는 포항·광양 지역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 전원 사무실 출근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 재택근무 선호도 높아

기업 대부분이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세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강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4대 그룹 한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에 낭비하는 시간이 적고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면서 “코로나 때처럼 일주일 내내 재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주1~2회라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최근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한 근무 제도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52.2%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혼합식 근무를 택했고, 41.7%는 주 5일 재택근무를 꼽았다. 사무실 출근을 바라는 직원은 2.1%에 불과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게 검증됐고 이미 정착 단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