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자동차·테크 기업 경영진과 화상 회의를 하며 반도체 핵심 소재 실리콘 웨이퍼(둥근 원판)를 손에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2025년을 기점으로 재편되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그동안 채택했던 미·중 사이에서의 모호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리도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개별적으로 ‘반도체(Chip 4) 동맹’ 결성을 제안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2024년 완공되는 등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면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가 낮아지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역시 자연스럽게 다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메모리반도체를 대체 생산할 국가가 없어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면서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지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 애매모호한 중립 유지는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다수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 기술 통제로 외국의 반도체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또 과거 번성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쇠퇴하기 시작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에 대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지만, 미래산업 동향을 보면 반도체가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