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재생 스타트업 리플레이스는 지난 1월부터 경북 영양군 연당마을의 빈 고택을 개조해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한옥 카페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지역 특산물인 고추·사과·산나물을 활용해 스콘·파니니·라테 같은 젊은 감각의 메뉴를 개발, 소멸 위기를 맞은 농촌을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리플레이스는 영양군 프로젝트에 앞서 230년 된 경북 문경의 폐가, 20년간 방치된 폐양조장 같은 지방의 버려진 공간을 젊은층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성과로 이름을 알렸다. 문경 폐가를 개조해 만든 카페 화수헌은 2018년 개점 이후 8만명이 찾아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리플레이스를 인수한 숙박 관리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숙박을 연계한 지역 부흥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간 재생 스타트업 리플레이스가 경북 문경에 차린 한옥 문화 공간 화수헌. 23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해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디저트를 파는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2018년 문을 연 뒤 8만명이 찾으면서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리플레이스

◇고택·폐가·철도하역장이 카페·숙박시설로

수백년 된 고택이나 폐가, 철도 하역장, 문 닫은 양조장같이 버려진 공간이 한옥스테이, 공유오피스같이 쓸모 있는 공간으로 속속 변신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공간들을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은 스타트업들이 파고들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각 장소를 개조해 수익을 내는 동시에 낙후된 지역을 함께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집무실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알리콘은 전화국, 철도하역장 부지 등을 원격근무가 가능한 스타트업 업무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년 반 넘도록 공실이던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철도하역장 재개발 부지 내 공간을 공유오피스로 바꿔 문을 열었다. 기차역 매표소를 본떠 사무실 가운데 바(bar) 공간을 만들고, 열차 1등석 느낌이 나는 2~4인용 미팅용 부스도 마련했다. 알리콘은 지난해 경기도 일산 KT전화국 빌딩에도 공유오피스를 열었다. 활용도가 떨어진 전화국 공간을 되살리되 기존의 전자교환기, 공조기 원형을 보존해 사무실을 꾸몄다. 알리콘 관계자는 “도심 곳곳 유휴 공간을 재택 근무자가 활용할 수 있는 업무용 거점 오피스로 바꿔 1년 4개월 만에 이용 고객 2만5000명을 넘겼다”고 했다.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알리콘이 경기도 일산 KT 전화국 빌딩에 조성한 사무실 공간. 최신 오피스 시설과 함께 옛 전화교환기를 사무실 중간에 배치해 소품으로 활용했다. /알리콘

◇유휴 상업 공간도 활용도 높여

유휴 상업 공간을 빌려 다양한 용도로 활용도를 높이는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로컬스티치는 공실로 비어있는 호텔·여관 방을 예술가와 1인 창작자들이 장기간 거주하며 작업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서울 을지로·시청, 대전을 포함한 전국 1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롯데벤처스와 하나은행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마치 배달앱에서 메뉴를 고르듯 목적에 맞는 공간을 선택해 잠시 빌려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주변 파티룸·연습실·공유주방·운동시설 등 22가지 공간을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누적 회원 100만명을 돌파했다. 부동산 뉴스 및 회의공간 임대 서비스 업체인 땅집고도 최근 서울역 인근 메트로타워 2층에서 대형 임대 회의실을 갖춘 ‘상연재 서울역점’을 오픈했다.

이 외에도 상점의 빈 공간을 활용해 창고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럭스테이), 이면도로나 주거지역의 유휴공간을 개발한 공유주방(고스트키친) 같이 노는 공간을 활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강남을 비롯한 서울 중심지로 몰리면서 서울 도심의 유휴 공간을 개발해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도 각광받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