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면서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17년 7월 장관 청문회에서 “앞으로 5년 새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원전을 중단해도 전기요금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말했다. 후임 성윤모 장관도 2019년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뉴스1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장기적으로 수 배에서 수십 배 오를 수 있다는 에너지 전문가들 경고는 5년 내내 무시됐고, 정부는 발전 원가가 급등하는데도 전기요금을 억눌러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자 이를 반영하겠다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오히려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3원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경제가 회복 추세를 보이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3분기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4분기에야 kWh당 3원을 올렸고, 대선을 앞둔 올 1분기 전기요금은 다시 묶었다.

결국 지난해 한전은 6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탈원전 탓에 기존 계획 대비 원전 설비 용량이 5GW(기가와트) 줄면서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효율성이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된 게 이유였다.

문 정부는 대선이 끝난 4월과 10월 두 차례 걸쳐 전기요금 10.6%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영업손실이 15조원(NH투자증권)에서 최대 20조원(현대차증권)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배전 설비 투자도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효율성이 낮은 신재생에너지는 가동률이 80~90%인 원전과 비교하면 같은 설비 용량이라도 송전 설비를 6배 더 깔아야 한다”며 “적자가 커지고, 운영·관리비가 줄면 전력 수급까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 개입으로 전기에 대한 사용자 부담 원칙이 깨졌고, 결국 국민 부담인 세금으로 메우게 됐다”며 “상장사인 한전의 손실 확대에 대한 형사·민사상 책임 소재가 철저히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