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가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제3회 볼드 우먼 어워드(Bold Woman Award) 코리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상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1805년부터 회사를 크게 일궜던 마담 클리코의 정신을 기리고자 만들어졌다. 1972년부터 세계 27국에서 여성 기업인 350명에게 상을 수여했고, 한국에선 한현옥 클리오 대표,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앞서 수상했다.

김선희(오른쪽) 매일유업 대표가 뵈브 클리코의 제임스 페이턴 한국 대표와 함께 샴페인 병 모양의 상패를 들고 있다. /뵈브 클리코

뵈브 클리코는 “김 대표는 지난 8년간 매일유업의 파격적인 혁신을 이끌었고, 기존 우유 시장을 넘어 다양한 유제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우유업계 흐름을 바꿨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국내 유제품 시장이 침체하는 가운데 2018년 성인 단백질 보충 식품 ‘셀렉스’ 등을 내놓으며 변화를 주도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 업계에서 일하다 2009년 매일유업에 재경본부장으로 합류했고, 2014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시상식에 앞서 지난 1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2014년 CEO가 됐을 땐 마치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테러로 연방 행정부 인사가 모두 사망해 불가피하게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 내각 각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달 15일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가 ‘제3회 볼드 우먼 어워드 코리아’ 시상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뵈브 클리코

김 대표가 합류한 시기 매일유업은 실적 정체와 식품 안정성 논란 등 각종 악재를 겪고 있었다. 그는 “회사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커지면서 여러 가지 성장통을 겪는 시기였다”며 “큰 포부보다는 소박하게 ‘식품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출산율 감소로 국내 유가공 제품 수요가 줄고, 글로벌 국가들과 맺은 FTA로 인해 시장은 개방되고 있다. 분유나 흰 우유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김 대표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성인용 단백질 제품 ‘셀렉스’, 우유 대체 음료인 ‘아몬드 브리즈’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구성원 모두에게 두려운 일이었지만 여러 위기와 위협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고 했다. 유통기한이 긴 멸균 유제품 상품을 강화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을 전환한 것도 김 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국내 유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인 그는 “이전에 일했던 글로벌 투자은행은 ‘젠더’보다 ‘퍼포먼스’가 더 중요한 곳이었다”며 “매일유업에 합류한 후 이전엔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여성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취임 후 조직 문화를 정비하고, 탄력 근무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가족친화적 제도를 강화했다.

(사진 왼쪽부터) 심재명 명필름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한현옥 클리오 대표. /뵈브 클리코

김 대표는 “회사에서 성공하거나 교육을 받는 데 있어 젠더 차이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최고경영진의 생각에 부합하는, 열심히 뛰는 여자 후배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구매팀장, CS팀장 등 중요 직책을 여성이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다만 “(여성 리더십에 대해) 어떤 수치나 타이틀을 목표로 두고 가진 않는다”며 “열정이 있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주니어든 시니어든 모두 기회를 반드시 줘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SK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대기업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있는 만큼, 여성 기업인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봤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투자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에서 일했던 전문성을 살리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사를 위해, 좀 더 큰 흐름을 보기 위해 합류한 측면도 있다”며 “예상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주경야독하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