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포스코 빌딩.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포스코그룹이 벤치마킹하는 기업지배구조는 미국 구글의 모회사이자 지주회사인 알파벳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12월 1일자 B1면>. 알파벳-구글 모델처럼 포스코 지주회사 아래에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100% 자회사를 둔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또 철강 사업회사를 구글처럼 비상장회사로 운영해 “계란을 샀는데 노른자(알짜 사업회사)가 없다”는 반발도 피해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철강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 실적이 고스란히 모회사인 지주회사에 반영되는 모델이어서 기존 주주들의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과 알파벳/사진=블룸버그통신

2000년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서는 포스코그룹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첨단소재나 수소산업 같은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포스코 최고경영진은 지주회사 전환 방식에선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은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적분할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부터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20%에서 30%로 늘어나는 것도 인적분할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한다. 포스코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다른 대기업들은 물적분할을 할 경우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도 상장을 추진하는데, 포스코는 투자 자금이 필요할 경우 지주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고 사업 자회사는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전날 26만1000원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알려지자 장중 한때 9% 이상 급등했고, 27만7000원(6.1%)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