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캐주얼 의류 업체 '아페쎄'는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카페 결합형 매장을 냈다. /아페쎄

롯데백화점 동탄점 2층은 해외 패션과 화장품, 액세서리 같은 의류·명품 전용 매장이다. 그런데 이곳에 아페쎄(A.P.C)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프랑스 패션 업체 아페쎄의 전 세계 매장 중 유일한 카페 결합형 매장이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카페를 겸한 매장이다. 고객들은 의류 매장 한편에서 브랜드 이름이 찍힌 라테와 쿠키 등을 먹고 즐길 수 있다. 매장 관계자는 “커피를 마시고 쉬면서 옷을 구경하면 아무래도 제품 하나라도 더 사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스웨덴 의류 매장 ‘아르켓’도 아시아에선 가장 먼저 서울에 카페 결합형 매장을 열었다.

의류·명품 매장에 카페를 끼워넣는 카페 결합형 매장을 내거나 티타임 서비스를 강화하는 소위 ‘티타임 리테일’이 유통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고객을 실제 매장으로 유인하려면 차를 마시고 즐기는 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도 국내에 입점할 때 전 세계 최초로 카페형 매장을 서울에 내는 경우도 늘고 있고, 국내 백화점에도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큰 규모의 카페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티타임 리테일' 매장들

◇전 세계 최초 카페형 매장의 격전지 ‘서울’

프랑스 식기 업체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지난달 말 서울 한남동에 5층짜리 매장을 내면서 꼭대기에 카페를 입점시켰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전 세계 매장 중 카페가 있는 건 서울 한남동 매장이 처음이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차와 음식을 즐기며 브랜드의 매력을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객이 오래 천천히 매장에 머물수록 1인당 객단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해외 업체들이 서울을 첫 번째 카페 결합형 매장을 여는 도시로 택하는 이유로 국내 소비자가 아시아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리딩 컨슈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택하면 중국·동남아시아에서도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일본 도쿄가 이런 유행을 제일 먼저 시험하는 테스트 도시였다면 이젠 서울”이라고 했다.

티타임 리테일은 국내 백화점 매장 풍경도 바꾸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이달 초 지하 1층에 ‘D.아쿠아카페’를 열었다. 미니 상어·가오리 등 다양한 물고기와 수중 생물을 대형 수조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이색 카페다. 매장 중앙에 위치한 수조에선 물고기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15일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20~30대 전용 VIP 라운지인 ‘클럽 YP라운지’를 열면서 이곳에 무알콜 칵테일 음료와 각종 커피·차 등 7가지 음료를 내놓는 ‘티타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2030 고객이 음료를 마시고 갈 수 있는 전용 VIP 라운지를 15일부터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진입 장벽 낮고, 오래 기억에 남고

유통 업계가 카페 결합형 매장에 눈을 돌리는 건 기존의 명품 업체나 의류 브랜드 매장에 20~30대가 더 편하게 들어서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명품 시계 업체 IWC는 최근 국내 유명 카페와 손잡고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빅 파일럿 바’를 열었다. 값비싼 시계 제품을 라테 위에 거품으로 그려서 내놓는 ‘아인슈페너 커피’ 등이 인기다. 업체 관계자는 “몇백만원짜리 시계를 당장 사긴 힘들어도 이곳에서 몇천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제품을 구경하다 보면 이들이 결국 잠재적 소비자가 된다”고 했다. 이탈리아 명품 업체 ‘구찌’도 이달 초 서울 청담 매장을 재단장하면서 1층에 라운지를 마련, 방문객들이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국내 디자이너들도 속속 카페형 매장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위스키 바’를 표방하는 카페 겸 패션 매장 ‘맨메이드’를 지난달 초 롯데백화점 본점에 새로 열었고, 송지오 디자이너도 지난달 롯데백화점 부산점 ‘송지오 옴므’ 매장에 갤러리형 카페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