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장품 체인 ‘세포라’는 올해 미국 콜스(Kohl’s) 백화점에 입점하는 형태로 매장을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미국 내 백화점 매장을 85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최근 미국 화장품 업계가 백화점 매장 수를 줄이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지난해 대주주가 바뀌며 미국 내 수백 개 매장을 폐점하고 직원 2000명을 감축했던 장난감 체인점 ‘토이저러스’도 올해 미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에 ‘숍인숍’ 형태로 400개 이상의 매장을 다시 열기로 했다. 메이시스 백화점 측은 “젊은 엄마 고객들이 장난감을 사러 왔다가 고가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것에 주목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급속도로 축소하던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늘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 없으면 향후 시장 경쟁에서 밀린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영업이익이 쪼그라드는 점포를 폐점하던 기존 전략을 수정, 점포를 재단장하거나 대형 점포를 새로 열어 고객을 불러 모으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되살리는 유통 업체들

◇”기지개 켜는 벽돌 건물”… 글로벌 유통,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열다

지난 4월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앞으로 미국에선 매년 최소 1만개 매장이 문을 닫고, 2026년까진 8만개 매장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아마존이 내년부터 첨단 스마트 기술로 중무장한 오프라인 백화점을 열겠다고 발표한 것을 필두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유지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 1900여 매장을 둔 대형 마트 ‘타깃’은 올해 추가로 19개 매장을 더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이 물류센터와 광고 간판의 역할을 겸해 온라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말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코어사이트 리서치는 “올해 미국에선 4748개 매장이 문을 닫았지만 4616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며 “작년 1만2200여 매장이 문을 닫았던 상황과 비교된다”고 분석했다.

일상 회복으로 가자는 ‘위드 코로나’ 바람이 불면서 매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오프라인 매장 부활의 원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의류 회사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의 지난 2분기 디지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줄었지만 매장 매출은 73%나 증가했다. “미국인들이 밖에 나가 옷을 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대형 의류 업체 ‘루21(Rue 21)’도 내년까지 40여 매장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작년만 해도 백화점 매장을 “화석 같은 존재”라며 1000개 중 400여 개를 줄였지만 방향을 튼 것이다.

◇국내 마트도 재단장에 통합·확장 바람

국내 대형 유통 업체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무조건 폐점하기보다는 재단장하거나 통합·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작년 12개 점포를 정리했지만, 올해는 폐점 대신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 은평점에 대규모 반려동물 전문 매장을 열고 재단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잠실점에는 와인 전문 매장을 곧 열 예정이다.

롯데는 한때 사업을 접는 걸 고민했던 창고형 할인 매장도 새로 열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창원 중앙점을 시작으로 총 4개의 창고형 할인 매장 ‘빅 마켓’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창고형 할인 매장이 다시 성장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이마트도 지난 6월 매출이 저조했던 구로점을 폐점하는 대신 ‘일렉트로마트’ ‘토이킹덤’ 등을 입점시켜 재단장했다. 신도림점 등에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포장, 배송하는 PP(Picking&Packing)센터를 확대, 온라인 물량을 처리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마트 측은 “기존 매장을 온라인 물량센터로 활용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힘쓸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