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가 살아남은 것은 마니아 같은 젊은 직원들 덕입니다. 보통 사람 눈엔 어떤 일에 너무 몰입한 이상한 친구들로 비칠 수 있지만 이런 직원들만이 고객의 새로운 수요를 찾아낼 수 있고, 그들의 시행착오는 회사의 자산이 됩니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가 자사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뉴발란스 제품을 들고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랜드의 패션 계열사 이랜드월드의 최운식 대표(43)는 이랜드 젊은 최고경영자 그룹의 선발 주자다. 이랜드가 지난 7월 유통 계열사 이랜드리테일과 식품 계열사 이랜드이츠에 안영훈(40) 대표와 황성윤(39) 대표를 각각 선임한 것도 2019년 취임한 최 대표가 안착한 덕이 크다는 평가다. 2003년 이랜드에 입사한 그는 국내 첫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스파오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고 해외까지 진출시킨 공을 인정받아 취임 당시 패션 업계에선 이례적인 40대 CEO에 올랐다.

최 대표는 올 1분기 회사 영업이익을 작년 1분기의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대표 브랜드 스파오의 상반기 매출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등 실적을 내고 있다. 또 다른 간판 브랜드 뉴발란스 올해 매출도 사상 최대인 7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런 성과의 원동력으로 프로젝트별로 사업부를 쪼개는 셀(CELL) 조직을 꼽았다. 그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젊은 직원 5~6명으로 구성된 수십개의 셀 조직을 나누고 조직별로 리더를 선임했다. 리더들은 모두 30대다. 최 대표는 “셀 멤버들은 밖에서 보기엔 ‘이 친구들 왜 이래’ 할 정도로 특정 분야에 관심이 아주 많은 직원들”이라며 “이들에게 ‘권한을 넘겨주겠지만 책임도 져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오히려 손을 들고 먼저 달려왔다”고 말했다.

세분화된 셀 조직은 엄청난 성과를 냈다. 이들은 기존 패션 업계의 틀을 바꾸었다. 경쟁사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디자인이나 콘셉트를 모두 비밀로 해왔던 패션 업계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했다. 최 대표는 “이들이 SNS에 ‘우린 이런 걸 할 건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올렸더니 소비자들이 수만개의 댓글을 달면서 호응해주더라”며 “판매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해리포터·짱구 캐릭터와 협업은 모두 이렇게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 켤레 판매를 앞두고 있는 뉴발란스의 530 시리즈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최 대표 역시 젊은 CEO지만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가끔 직원들이 ‘감 떨어졌네’ 하는 표정을 보일 때가 있다”며 “어떻게든 젊은 감각을 쫓아가기 위해 일주일에 월·화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매장 현장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매장에서 손님들을 만나 왜 이랜드의 옷을 사는지, 혹은 왜 사지 않는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집을 찾아가 옷장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최 대표는 “패션업은 매일 매일이 경쟁이고 언제까지 대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매일 벌어지는 경쟁에서 지지 않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