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북 익산시 CJ대한통운 터미널에는 컨베이어 벨트 양옆으로 택배 상자 수천 개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22일째 택배 배송을 거부하면서 쌓인 택배 상자들이다. 이곳 물량에다 곳곳에 멈춰선 컨테이너 트럭들에서 아예 내리지도 못 한 물량, 다른 창고에 쌓인 박스들까지 합치면 전북 익산에서 발이 묶인 택배는 무려 2만 박스에 이른다.

8일 전북 익산시 CJ대한통운 터미널의 컨베이어 벨트 양쪽으로 배송도 반송도 못 하고 있는 택배 상자들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컨테이너 트럭들에서 아예 내리지도 못한 물량과 다른 창고 등에 쌓인 물량까지 합치면 소비자들이 받지 못하고 있는 택배가 2만 박스에 이른다. /독자제공

파업은 익산 지역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10여 명 중 노조에 가입한 38명이 지난달 2일부터 택배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같은 달 18일부턴 택배 배송을 아예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민주노총 택배 노조원의 집단 괴롭힘에 한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에도, 익산 지역 노조는 “수수료 인상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파업을 안 푼다”며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

◇찾을 길 없는 전북 익산의 2만 개 택배

시민들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미용실 주인 김모(53)씨는 미용용품 30여만원어치를 주문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했다. 물류센터를 찾아갔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더미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뒤돌아섰다.

익산 시민 4만여 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는 ‘파업 택배 기사분들 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왜 익산 시민들이 툭하면 드러눕는 당신들의 무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게시글엔 ‘해도 정말 너무한다’ ‘고소하고 싶다’는 내용의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택배 대리점은 고객 전화로 마비됐다. 한 대리점주는 “하루에 200통쯤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약처럼 먹는 건강식품을 기다리다 지쳐 전화하는 노인, 아이 기저귀와 분유를 받지 못해 울분을 토하는 젊은 엄마들의 전화가 가장 많다. 대리점들은 쌓인 택배 짐을 반송 처리할 길도 없다. 반송 주문 확인을 위해선 택배 상자를 일일이 바코드로 찍어봐야 하는데, 파업 노조원들이 앞에 천막을 쳐놓고 24시간 교대로 스크럼을 짜고 막아선다는 것이다. 백만호 CJ대한통운 익산터미널 부송집배점장은 “우리도 고객 택배를 찾아주고 싶지만 짐이 터미널에 있는지 컨테이너 차량에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대리점주들은 지난달 17일 노조원들이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물량을 일부러 뒤섞어 놓고 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대리점 측이 택배 물량을 배송지별로 분류해 놓지 않아 배송할 수 없었고 지난달 20일부터는 익산으로 들어오는 물류를 대리점 측이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수수료 인상 협상 안 하면 파업 안 끝내”

이번 파업 인원은 익산 지역 전체 택배 기사의 절반이 안 된다. 그런데도 이 지역 택배 물류가 막혀버린 것은 파업 참가자들이 지난달 20~21일 이틀 동안 택배 터미널 진입로를 막았고, 이후에도 비노조원이 택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게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익산 지역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은 총 6곳. 이 중 5개 대리점 노조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택배 대란 사태를 키웠다. 나머지 1개 대리점엔 노조원이 없다.

민주노총 익산지회 택배 노조 측은 대리점이 협상에 응해야 파업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리점들은 정부와 택배 노사가 추가 분류 인력 투입과 택배 요금 인상에 ‘사회적 합의’를 했는데, 노조가 일방적으로 다시 파업을 시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