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SSF샵은 최근 경쟁사 LF의 브랜드 TNGT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자사 브랜드인 엠비오나 로가디스가 있지만 경쟁사 브랜드를 파는 것이다. SSF샵은 TNGT 외에도 일꼬르소, 아떼바네사브루노, 엣코너 같은 LF 브랜드, 코오롱의 패션 브랜드인 시리즈와 커스텀멜로우도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SI빌리지는 삼성물산이 독점 수입하는 해외 브랜드 띠어리, 브룩스를 판매한다.

자사 제품만 취급하던 국내 패션회사들이 경쟁사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팔더라도 우리 온라인 쇼핑몰에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오월동주(吳越同舟·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의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것)’인 셈이다.

콧대 높은 패션회사들이 자존심을 접어두고 다른 회사 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은 무신사, 지그재그처럼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놓는 스타트업들의 부상 때문이다. 이들이 소비자들을 불러모으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자 이에 맞서 다른 회사 제품들까지 파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LF의 온라인 쇼핑 전문몰 LF몰은 6000여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LF가 만들거나 수입해서 판매하는 브랜드가 30여개인데 그 외에는 모두 타사 브랜드 상품이다.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전통적 경쟁자의 브랜드부터 에르메스, 구찌, 티파니앤코 등 명품 브랜드까지 모두 LF몰 안에서 구입할 수 있다.

LF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쇼핑몰에서 여러 제품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를 다루고 있는 쇼핑몰을 더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를 산다고 해도 똑같이 할인·무료 배송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