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전국 910만 가구의 월 전기 요금이 현재보다 2000원씩 오르고, 전기차 충전 요금도 20% 이상 오른다. 사진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뉴시스

7월부터 전국 910만 가구의 월 전기 요금이 현재보다 2000원씩 오르고, 전기차 충전 요금도 20% 이상 오른다. 정부가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적용해 오던 할인 혜택과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3분기부터 전기 요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일반 가정뿐 아니라 기업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7월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주택에 제공하던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혜택을 월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원래 이 제도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저소득층의 전기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전국 991만 가구가 대상이다. 하지만 주로 1·2인 가구가 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약 계층 81만 가구를 제외한 910만 가구의 할인 혜택을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한전은 또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용 전력에 부과하는 기본 요금 할인율을 현행 50%에서 25%로 줄이고, 전기차 전력량 요금 할인율도 현행 3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전기 요금은 3분기에 더 오를 전망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제 유가 상승분을 전기 요금에 반영키로 했는데, 최근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 올 하반기엔 8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상된 연료비가 전기 요금에 반영되면 월 35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기 요금을 월 최대 1050원 더 내게 된다.

전기 요금 인상은 탈(脫)원전으로 인한 전력 생산 비용 상승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값싼 원전 대신 값비싼 LNG 발전을 늘린 데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월 200kWh 이하 전력 사용 주택에 제공하던 ‘필수 사용 공제’ 혜택 축소로 전기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전체 2700만 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정부는 당초 전력 사용량이 적은 저소득 가정 지원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1·2인 가구가 혜택을 보고 있다며 할인 혜택을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주로 20·30대와 노인층이 대부분인 1·2인 가구의 전기 요금이 오르게 되면서,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전기차의 충전 요금도 7월부터 오른다. 한전은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기차 충전 기본 요금을 면제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부터 할인율을 50%로 줄였고, 다음 달엔 이를 다시 절반으로 줄인다. 내년 7월부터는 전면 폐지한다. 전기차 전력량 요금에 적용하던 할인율도 30%에서 오는 7월부터는 10%로 줄일 예정이다.

할인 혜택 축소로 환경부가 설치·운영 중인 전기차 급속 충전 요금은 kWh당 255.7원에서 50원 가까이 올라 300원대 초반으로, 민간 업체의 완속 충전 요금도 200원대에서 300원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승용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1만400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7월부터 전기차 운전자는 매달 9100~1만82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충전 시간대나 충전 속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정부는 또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3분기 전기 요금 인상 여부를 21일 최종 결정한다. 3~5월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4달러 수준으로, 2분기 기준 시점이 된 지난해 12월~올 2월 평균 가격(55달러)보다 16%가량 올랐다. 원칙대로라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최근 급등하는 물가와 내년 대선을 감안해 정부가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료비가 올랐는데도 전기 요금을 안 올리면 결국 그 부담은 당장엔 한전에 돌아간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한전 부채는 결국 공적 자금 투입이나 전기 요금 인상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며 “탈원전 부담을 결국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켄지는 이날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2030년 한국 전기요금이 2020년 대비 24%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30년 전기요금이 2017년 대비 10.9% 인상될 것이란 정부 예측의 2배가 넘는 인상폭이다. 우드매켄지는 또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전력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탈원전에 따른 원전 비중 감축과 LNG 등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