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의점에 가본 소비자라면 매장 밖 유리 전면에 커다란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처럼 밖에선 내부를 제대로 볼 수 없도록 한 것이지요.

편의점들이 이 시트지를 붙인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매장 밖에서 담배 광고가 보이면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밝히면서입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영업소 외부에 광고 내용이 보이게 전시 또는 부착하는 경우에는 담배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편의점 점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보통 편의점들은 매장 입구 쪽에 있는 계산대 뒤쪽에 담배를 두고 판매를 합니다. 담배는 부피가 작은 대신 가격이 비싸 도난 우려가 크고, 판매를 위해선 나이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매장 밖에서 담배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정부는 밖에서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부 광고’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담배의 외부 광고 금지 조항은 201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규정이 그간 강력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은 복지부 스스로 현실성이 떨어지고, 금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복지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2019년 5월 복지부가 이 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지적했습니다. 복지부는 즉각 편의점 업계에 ‘담배 광고를 안 보이게 하라’며 단속을 예고했습니다.

시트지를 붙이는 방법은 편의점과 복지부의 협의에 의한 결론입니다. 담배 광고를 밖에서 안 보이게 하려면 편의점 계산대를 뜯어내서 옮기지 않는 한 이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편의점주들이 ‘불투명 시트지’ 부착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은 근무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효성 없는 ‘담배 외부 광고 금지’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보다는 바깥에서 편의점 안을 볼 수 있도록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는 게 범죄 예방 등 사회적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아이들이 왜 편의점에 신고하러 갔는지 한번 새겨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