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태양광·수소에 이어 우주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고자 위성 전문 기업을 인수한다.

한화그룹의 항공 우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우주 위성 전문 기업인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13일 공시했다. 올 상반기 안에 약 109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30%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지만 이 회사의 독자 경영을 보장할 방침이다.

박성동(왼쪽) 쎄트렉아이 대표와 연구원들이 회사 연구실에서 인공위성 ‘두바이샛2’의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쎄트렉아이는 국내 최초 위성 ‘우리별 1호’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999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위성 전문 기업이다. 직원 2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400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인 박성동 이사회 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 50대 중반이 된 창립 멤버들이 향후 은퇴하더라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고 영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우주 산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 한화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한화에서 들어오는 1000억여원을 활용해 위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위성 본체,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개발해 제조하고 있다. 박 의장은 “현재 전 세계 소형 위성 제작 분야에서는 얼마 전 영국 SSTL을 인수한 에어버스와 쎄트렉아이가 양대 업체로 통한다”며 “쎄트렉아이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아랍에미리트(UAE)·스페인 등에 인공위성을 수출해왔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 비율이 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9년 매출 702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중소형 위성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박 의장은 “통신 위성, 지구 관측 위성, 기상 관측 위성, 우주 탐사 위성 등 위성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면서 “그동안 해외 위성 입찰 시장에서는 에어버스와 쎄트렉아이가 주로 경쟁해왔는데 최근엔 일본·이스라엘·중국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영상 레이더 제작 기술을 보유한 한화시스템이 중장기적으로 쎄트렉아이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