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닥쳐온 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으로 자동차 6만대분인 약 25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손실을 본 한국GM이 하반기에는 임금협상에 발목을 잡혀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와 대치 중인 노조가 23일 파업 대신 잔업·특근거부 투쟁을 시작하면서 추가 생산이 어려워지게 됐다.

지난 2월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1공장 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라인이 휴업에 들어가 멈춰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던 자동차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연합뉴스

한국GM 노조는 지난 22일 오전 19차 임금교섭이 결렬된 이후 진행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회의에서 다음 쟁대위 회의까지 주중 1시간 추가 잔업과 주말 특근 등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또 23일 임단협 보고 대회에 조합원들을 4시간씩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조업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파업을 보류한 대신 근무시간 단축으로 생산 차질을 발생시켜 회사를 압박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번 주말 8시간씩 2교대로 이뤄지던 특근이 없어지면 약 15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5~6월 필리핀 부품공급망이 끊기면서 발생한 생산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하반기에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해야 하지만 노조 리스크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코로나 시국과는 정말 동 떨어진 이야기”라며 “강성노조의 대표주자였던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동결에 합의한 것과도 대조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생산차질의 원인이 된 임금협상에서 한국GM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앞서 상급 단체인 민노총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지속된 경영난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이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GM의 지난 6년간 쌓인 누적 적자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1~9월 자동차 판매량(26만8961대)이 전년 동기 12.9% 줄어들었다. 여기에 폐쇄된 군산공장 비정규직 직고용 명령 등 각종 노동소송에 휘말리며 배상금 명목으로 법원에 내야 할 현금 공탁금만 2000억원에 달하는 등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 21일 열린 18차 교섭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50만원, 연말 영업 실적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내년 성과급 30만원 추가 지급과 함께 부평 1공장 생산 설비에 약 2150억원(1억9000만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종전 임금교섭 주기를 2년으로 하자며 제시했던 성과급 규모(470만원)를 합치면 총 550만원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제시안에는 기본급 2만2000원 인상도 포함됐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제시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며 “쟁대위 회의를 통해 단체행동권(파업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해 교섭이 결렬됐다. 노사는 다음 주 추가 교섭을 가질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투쟁 수위를 점차 올릴 것”이라며 파업 가능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