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테슬라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 전기차는 잇단 화재로 배터리 안정성 우려를 빚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 기준 국산 전기차 판매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입 전기차 시장 규모가 국산 전기차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까지 커졌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주차장 내 '테슬라 슈퍼차저 스테이션'에서 충전 중인 '모델3'. 1시간에 80% 충전된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는 1만3261대로 작년 같은 기간(1552대)에 비해 8.5배 늘었다. 그리고 이 중 79.6%(1만518대)가 테슬라 전기차였다. 테슬라는 지난달만 해도 2056대를 판매해 9월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91.9%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6월 출시한 ‘더 뉴 EQC 400 4MATIC 프리미엄’, 푸조가 지난 7월 출시한 e-208과 e-2008, 르노가 지난 8월 출시한 ‘조에’ 등 올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국내 출시했지만 테슬라의 대항마가 된 곳은 없었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아우디였다. 아우디가 지난 7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국내 출시한 ‘e-트론 55 콰트로’는 지난달까지 601대가 팔리며 올해 수입 물량을 모두 털어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아우디의 대형 전기 SUV 'E트론'

테슬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국산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전기 승용차는 1만3505대로 작년 동기간(2만2842대) 대비 40.9% 감소했다. 기아차 니로EV 같은 경우 지난달 2621대가 판매되며 53.4% 감소했고, 현대차 코나EV는 7061대로 36.5% 줄었다.

코나EV.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배경에는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해 결국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결정한 코나EV 등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측면도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12건의 화재가 보고된 코나EV는 지난 17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해 내년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 ‘아이오닉’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