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3세 승계는 큰 잡음 없이 합리적 과정을 거쳐 이행되고 있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2년 전부터 수석 부회장을 맡아 그룹 경영을 주도해왔고, 이번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경영 승계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다. 총수 일가의 낮은 지분율,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등을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크게 4개 형성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기아차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지배하고, 다시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는 구조다. 5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하면 핵심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그룹 지배를 위해 중요한 핵심 회사이지만, 정 회장 지분은 각각 2.62%, 0.32%에 불과하다. 기아차 지분도 1.74%뿐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을 물려받더라도 이 두 핵심 회사의 지분율이 각 10%를 넘기지 못한다. 외부 투기 자본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 수조원대 상속·증여세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화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사모펀드 엘리엇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재계에선 2018년 개편안 내용처럼 정 신임 회장이 최대 주주(23.29%)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적극 활용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주식 처분 과정에서 이들 부자(父子)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만 1조원대로 관측돼 주목을 받았었다. 증권가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반대했던 국내외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분할 및 합병 비율 등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