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스마트폰 때문에 눈이 나빠졌다고, 집단소송 당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박상훈 기자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 규제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23일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입법 예고하자 기업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피해를 봤다는 50명이 집단소송을 내도 수십만 명이 함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맥도널드가 광고 내용보다 칼로리가 높아 비만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당하는 등 기업들은 다양한 이유로 천문학적인 피해 배상 위험에 수시로 처하고 있다.

기업들은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그 자체로 기업 이미지와 영업 활동 등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게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얼핏 소비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해외에서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쥐꼬리만 한 반면, 전문 변호사만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1심에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여론에 따라 판결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들은 “소송 대응만 하다 날 새겠다” “브랜드 이미지에 목숨을 걸어야 할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타협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의 테두리에 넣어 적용 범위를 일반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넣은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기업 규제 항목을 상법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 고위 인사는 “'국회 통과는 그냥 된다'는 정부와 거대 여당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승소할 경우 실제 손해의 5배에 해당하는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받지 않고, 성공 보수만 받겠다”며 소송을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기업들은 지금도 형사처벌, 행정처벌, 각종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된다면 경영 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