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동생들을 상대로 어머니가 남긴 상속 재산 일부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남동생과 여동생을 상대로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가운데 고인의 뜻과 관계 없이 상속인을 위하여 반드시 남겨두어야 할 일정 부분을 뜻한다.

정 부회장이 이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최근 동생들과 어머니 유언장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유언장은 정 부회장의 모친이 2018년 3월 자필로 쓴 ‘대지와 예금자산 10억원을 딸과 둘째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다. 정 부회장 어머니는 이 유언장을 남기고 지난해 2월 별세했다.

정 부회장은 “유언 증서 필체가 평소 어머니 것과 동일하지 않고 어머니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유언장 효력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필적감정 결과 등을 볼 때 유언 증서에 적힌 필체와 평소 고인의 필체가 동일하며,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감정 촉탁 결과 등을 따르면 유언증서를 작성할 당시 고인의 의식은 명료했다”고 판단했다.

유언장대로 동생들이 어머니가 남긴 상속재산을 모두 갖게 되자, 이번엔 정 부회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내 몫을 받겠다”며 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연봉킹 정 부회장이 동생들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유류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재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카드에서 17억7700만원, 현대커머셜에서 12억9500만원, 현대캐피탈에서 9억1700만원 등 총 39억8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올 상반기 연봉만 26억6300만원으로, 장인 어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24억3000만원), 처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21억8300만원)보다 더 많아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런 정 부회장이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돈 때문이라기보다는 가족간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부친의 종로학원(현 서울PMC)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여동생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서울PMC 대주주인 정 부회장의 갑질경영을 막아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자, 정 부회장은 여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