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품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폭등하면서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철강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허덕이고 있는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증이라는 또 다른 악재까지 만나 사실상 암흑기에 빠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예상했었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최근 철광석 가격까지 크게 올라서 3분기엔 실적 쇼크를 걱정해야할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 50% 급등

3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123.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는 2014년 1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인 127.3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기록한 올해 최저가인 82.44달러에 비해 54.5%이상 오른 것이다. 코로나 이전 철광석 가격은 대부분 70~80달러 선을 유지해왔다.

철광석 가격 급등 이유는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3조7500억위안(648조750억원)의 특수목적채권을 발행해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달 중국 철광석 수입량은 1억1265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나 늘었고, 조강 생산은 2.8% 증가했다. 업계에선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철광석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브라질과 호주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철광석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철광석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철광석 공급업체인 브라질 발레는 올해 철광석 생산 목표치를 3억5500만t에서 3억2000만t으로 낮췄다. 지난해 생산량의 약 70% 수준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철광석 가격 안정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철강 부진 장기화

이처럼 생산 원가는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철강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가 전년 보다 6.4% 감소한 16억539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과 비슷한 수준(-6.3%)이다. 한국(-12.7%)은 미국(-22.9%), 독일(-20%), 일본(-19.1%), 인도(-18%), 이탈리아(-18%)와 함께 철강 수요가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위 6개 국가에 포함됐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월별 철강 소비량은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한 이후 3월 -7.2%, 4월 -6.4%, 5월 -11.1%, 6월 -23.2%로 계속 줄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수요가 줄고 철광석 가격은 올랐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올려야 그나마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조선 등 관련 업체들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가격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조선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2010년 이후 수주량이 최저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조선용 후판(厚板·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철강업체들은 9월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냉연 유통 가격을 t당 2만~6만원 올린 뒤 이를 자동차·조선 업체와의 협상에서 가격 인상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강업체들은 원료 구매 비용 이외에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을 적극 개발해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