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3%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뉴스1

올 1분기(1~3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가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회복에 힘입어 작년 4분기보다 1.3% 늘어나며 2년 3개월 만에 0%대 저성장 터널을 벗어났다. 작년 연간 전체 성장률(1.4%)을 3개월 만에 거의 달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도 정부 전망치(2.2%)와 한국은행 전망치(2.1%)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1년 전과 비교한 1분기 성장률은 3.4%로, 2%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2021년 4분기(1.4%) 이후 아홉 분기 만의 최고치다. 경제성장률은 2022년 1분기에 0.7%를 기록한 뒤 작년 4분기까지 여덟 분기 연속으로 1%를 밑돌았다. 2022년 4분기에는 마이너스(-0.3%)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번 1분기에는 수출과 내수가 고루 개선돼 시장 전망치(0.5~0.6%)를 두 배 넘게 웃도는 ‘깜짝’ 성장세를 기록했다. 작년 10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선 수출은 올 1분기에도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며 전 분기보다 0.9% 성장했다.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도 각각 0.8%, 2.7% 성장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한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며 “오랜만에 우리 경제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은 민간 주도 성장이란 점도 의미가 크다. 1분기 성장률을 민간과 정부로 나누면 민간의 기여도가 1.3%포인트였고, 정부는 0%포인트였다. 1분기 성장률 전체를 민간 부문이 책임진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자 했는데도 성장률이 회복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올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동력은 그동안 회복세를 보여온 수출과 달리 장기 부진에 빠져 있던 내수 회복이었다. 1분기 민간 소비는 의류 등 재화와 음식 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나며 전 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금리 인하 기대로 인한 소비 심리 회복, 외부 활동 증가, 신형 휴대폰 출시 효과 등이 작용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투자도 2.7%나 증가했다. 작년보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건설 작업 진행이 활발해진 영향이 크다.

작년 4분기엔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4%포인트였다. 내수가 성장률을 그만큼 갉아먹은 것이다. 반면 올 1분기에는 성장률 1.3% 가운데 내수의 기여도가 0.7%포인트로 크게 반등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내수와 순수출이 고르게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고 민간의 힘으로 성장을 떠받친 것은 과거와 다른 점이다. ‘재정 중독’과 ‘부채 주도 성장’이란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2분기에는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가 1.3%포인트에 달했다. 정부가 실탄을 아낀 만큼 나중에 외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다만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작년 4분기 내수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올 1분기 수치가 좋게 나타나는 기저 효과도 나타났다. 신승철 한은 국장은 “내수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기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했다. 1년 전과 비교한 민간 소비 증가율은 1.1%로 전체 GDP 성장률(3.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편 이날 미국 상무부는 올 1분기 미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6%(연율 환산)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 성장률 3.4%보다 둔화한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2.4%)도 밑돌았다. 다우평균과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2% 하락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