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확전되지 않을 경우, 환율은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춘계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확전이 안 된다면 유가가 더 올라가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 생각으로는 환율도 다시 안정 쪽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재는 “여러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미국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지연된다는 자료가 나오기 시작하며 우리 뿐 아니라 아시아 환율이 동반 약세”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일 재무장관이 현재의 외환 시장 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일본과 같이 현재 상황에서 원화 절하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공유하며 환율이 안정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정부 개입 이후 안정된 환율이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하며 흔들렸는데, 확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다시 안정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일본과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 절하 속도가 어떤 면으로 봐도 과도하다는 것을 같이 인식한 것이 중요하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한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금통위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라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평균 2.3%까지 내려가느냐에 확신을 못 하는 상황인데, 이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와 비교해 미국 경제만 강한 이유에 대해 “재정이 역할을 한다는 견해와 이민이 많아서 노동 공급을 통해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며 “다만 팬데믹을 거치며 유럽은 고용 유지에 중점을 둔 반면 미국은 소비자를 직접 보조하며 고용에는 유연성을 뒀는데 이것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원천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제기하는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이 총재는 “국내 수요에 비하면 과잉이지만 수출 중심으로 생각하면 이게 왜 과잉이냐 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저가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경제뿐 아니라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야당의 추경 요구에 대해 “현재는 재정이 좋다고 하더라도 고령화로 인한 복지 비용으로 고려하면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출산 등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구조 조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