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이르면 다음 달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 여기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제4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은행 과점 체제가 깨질지 주목된다. 국내에선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1999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2001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2006년)의 합병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은행권의 과점 체계가 확고해졌다.

2017년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에 비해 쓰기 편한 앱과 ‘모임통장’ 등 기존에 없던 금융 상품을 내세워 은행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지만, 여전히 5대 은행 위상은 견고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20개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액은 2684조원인데, 이 중 5대 은행 비율은 74%(1989조원)에 달한다. 5대 은행의 대출 등 여신액도 1631조원으로 전체 은행 여신액(2615조원)의 62%에 이른다.

그래픽=이철원

◇이르면 3월 신규 시중은행 등장

금융 당국이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 인가 등의 방침을 밝히면서 은행권엔 모처럼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우선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이름을 ‘iM뱅크’로 바꾸고,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인터넷은행의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에 더해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추겠다는 것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영업점을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 타 지방은행의 영업권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서 “시중은행이라는 타이틀이 사업성을 확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자본금 등 시중은행 인가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어 시중은행 전환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그래픽=이철원

◇4호 인터넷은행도 출격 대기

여기에 3곳의 컨소시엄이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4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주축이 된 KCD뱅크(이하 가칭)는 130만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에게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인 소소뱅크 역시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해 소상공인 전용 상품을 내놓겠다고 했고, 현대해상 등 전통 금융기업과 렌딧·자비스앤빌런즈·트래블월렛 등 금융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유뱅크는 소상공인·중소기업·외국인 등 금융 소외 계층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메기에 머무를까, 과점 깰까

금융 당국과 금융권은 인터넷은행 사례를 들며 이들이 시장을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쉽고 편한 앱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은행 앱은 느리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이후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가 현재는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낮은 금리를 내세워 지난달 출시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에서도 5대 은행의 2배 가까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확고한 5대 은행 과점 체제를 깰 수 있을지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늘면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점 체계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은 덩치가 커질수록 조달 비용이나 리스크 관리 비용이 줄어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다”면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기존 은행들의 변화를 촉진할 수는 있겠지만, 과점 체제를 깨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