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회사 전경. /조선DB

A약국의 약사는 B약국에서 매일 5999원을 결제했다. B약국의 약사 또한 A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했다. 이들은 왜 하루도 빠지지 않고 ‘5999원’을 결제한 걸까.

신한카드는 최근 고객 거래 유형을 모니터링한 결과 일부 약사들이 자신과 지인, 가족 등의 카드를 이용해 부정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상한 카드 사용 행태를 보인 고객은 890명에 이른다. 이들이 사용한 건 ‘신한 더모아 카드’다.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5999원을 결제하면 999원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가 파악한 890명의 고객은 전부 약사 혹은 약사의 지인‧가족들이다. 본인의 가맹점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서 제약 도매몰 등에 카드 결제를 하도록 할 수 있다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하는 수법이 대표적이었다. 특정 제약 도매몰 등에서 10명가량의 신한카드 고객이 매일 5999원씩을 결제하기도 했다. 이 경우 매일 카드번호별 승인 순서가 동일하고, 승인 시간 간격은 1~2초에 불과했다. 한 사람이 카드번호를 모아놓고, 일정 순서에 따라 계속해서 결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약사 1명이 한 달에 100만원 넘는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 한 가맹점에서는 1일 1회밖에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는다. 하루에 30개 넘는 각기 다른 가맹점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자택‧직장과 멀리 떨어진 특정 가맹점에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결제가 일어나는 행태 등을 고려하면 이들 사례가 카드를 양도‧양수하거나 실제 물품·용역의 제공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여전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인 890명 고객에 대해 개별 안내 및 소명 절차를 거쳐 29일부터 카드를 정지할 예정이다.